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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권토중래(捲土重來)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쳐들어오다.

捲土重來 권토중래

권토(捲土)는 위세 당당하게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중래(重來)는 다시 온다는 뜻이다. 한번 실패한 자가 다시 힘을 가다듬어 다시 그 일에 착수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해하에서 유방군에게 포위된 항우는 실의에 빠졌고, 애희 우 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아직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서 밤을 틈타 800의 기병과 함께 살길을 찾았다. 목적지는 고향 강동이었다. 유방군의 5,000의 기병이 뒤를 쫓고 있었다. 뒤를 계속 밟힐 때마다 후방을 지키는 자들이 용맹하게 싸우며 항우를 구했으나 병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남쪽으로 내려가 나루터가 있는 오강(烏江)에 이르렀을 때에는 겨우 20명만 남았다.



오강의 나루터를 지키던 자는 눈앞에 나타난 장부가 항우임을 알아보고 즉시 배를 준비하며 재촉하듯이 말했다. “강동에는 왕 노릇하기에 충분한 땅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나루를 건너서 재기를 도모하십시오. 저는 결코 한나라 군사는 실어 나르지 않겠습니다.” 항우에게는 나루터지기의 다정한 말이 크게 자극이 되었다. 이렇게 부끄럽게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항우는 웃음으로 나루터지기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나 보다. 8년 전 함께 이 강을 건너던 병사들 중에 지금 함께 돌아가는 자가 없구나. 어찌 나 홀로 강을 건너리오.”



그사이 적이 뒤를 쫓아왔다. 항우는 애마 추의 안장에서 내리며 말고삐를 나루터지기에게 넘겼다. “당신의 뜻은 고맙소. 이 애마를 드리겠소. 아껴주시오.” 그러고 나서 적을 향해 걸어갔다. 따르던 자들도 말에서 내려 항우를 따라 적과 최후의 일전을 벌였다. 항우는 적진 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1,000년 후, 당나라의 시인 두목(杜牧)은 항우가 숨을 거둔 곳을 방문해 영웅을 떠올리며 <오강정(烏江亭)을 노래함>이라는 시를 읊었다. 두목은 ‘권토중래’라는 말을 시 가운데 써서 항우가 굴욕을 참고 강동에서 재기했다면, 어쩌면 천하는 그에게 돌아갔을지도 모른다고 애석해했다.


승패는 병가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 / 부끄러움을 삭이고 참을 줄 알아야 남아로다

강동의 자제에는 뛰어난 인물도 많아 /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쳐들어왔다면

어찌되었을지 알 수 없었을 것을


실패와 실의에 빠졌더라도 재기의 의욕을 버리지 마라: 긴 인생에는 산도 있고 계곡도 있다. 항상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롭게만 풀리지는 않는다. 때로는 맞바람과 산바람을 맞게 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체념을 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중요한 것은 권토중래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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